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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想/思惟의 片鱗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을 막기보다 힘들다

防民之口 甚於防水
백성의 입을 막기란 물을 막기보다 힘들다.

-『사기(史記)』권 4 「주본기」中


§ 요새 사기(史記)에 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강의에서 이 한 구절을 보자마자, 뼈가 시리고 아프도록 와 닿았기에 이렇게 옮깁니다.

 역사란 현재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실수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역사가 반복 되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걱정되는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촌철살인의 이 구절이 입 막기도 열심이시고 물 막기도 열심이신 분들의 자조적 인용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


※ 혹여나 문장 전체를 올립니다. 원문은 없으며 해석본입니다.
출처: 사마천(정범진 외 역주),『사기』, 까치글방

왕이 포악하고 사치하며 교만하였으므로 백성들이 왕을 비방하였다. 그러자 소공(召公)이 간하기를 "백성들은 포악한 명령을 견디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노하여 위(衛)나라의 무당을 불러서 비방하는 자들을 감시하게 하고, 무당이 보고하면 그들을 죽였다. 이에 점차 비방하는 사람이 드물게 되었고, 제후들은 조회하러 오지 않았다. 34년, 왕이 더욱 엄하게 단속하자 백성들은 감히 말하지 못하고 길에서 만나면 눈짓으로 뜻을 교환했다.
그러자 여왕이 기뻐하며 소공에게 "내가 비방하는 것을 소멸시켰소. 아무도 감히 말하지 않게 되었소"라고 말하니 소공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말을 못하게 억지로 막은 것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각합니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피해자가 대단히 많은 것처럼,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자는 수로를 열어서 물이 흐르게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그들을 이끌어서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천자는 정무를 처리할 때 공경(公卿)에서 일반 관원에 이르기까지 시(詩)[각주:1]를 바치게 하고, 악관에게는 악곡을 지어서 바치게 하며, 사관에게는 전대(前代)의 정치를 적은 역사서를 바치게 하고, 악사에게는 잠언(箴言)을 바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수(瞍)[각주:2]는 시편을 낭송하게 하고, 몽(矇)[각주:3]은 음악 없이 시를 읊게 하며, 백관(百官)은 간언하게 하고, 백성은 왕에게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게 하며, 좌우 시종은 간언을 살피는 책임을 다하게 하고, 친척은 왕의 과실을 보완하고 살피게 하며, 악사와 사관은 악곡과 사실(史實)로써 천자를 바르게 인도하고, 늙은 신하에게는 이 모든 것을 정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왕이 이들을 헤아려보고 취사하면 정치는 잘 행해지고 사리에 위배되지 않는 것입니다. 백성에게 입이 있는 것은 대지에 산천이 있어서 여기에서 재물 등이 모두 나오는 것과 같고, 또한 대지에 평야, 습지, 옥토가 있어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백성들이 마음껏 말하도록 하면 정치를 잘하고 못함이 다 반영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밀고 나가고 잘못된 일을 방지하는 것은 대지에서 재물과 의식(衣食)을 생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무릇 백성이 속으로 생각하여 입으로 말하는 것은 속으로 많이 생각한 후에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입을 막는다면 찬동하는 자가 몇이겠습니까?"
그러나 왕은 듣지 않았다. 이리하여 나라에는 감히 정치에 대해서 말하는 자가 없었고, 3년이 지나자 마침내 백성들은 서로 연합하여 난을 일으켜서 여왕을 습격했다. 여왕은 체(彘)[각주:4]로 달아났다.

-권4 「주본기(周本紀)」 제4


 

  1. 詩 : 정치의 득실을 논한 詩篇. [본문으로]
  2. 瞍 : 눈동자가 없는 盲人. [본문으로]
  3. 矇 : 눈동자는 있으나 失明한 사람. [본문으로]
  4. 彘 : 지금의 산서성 霍縣.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