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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想/論理의 貧困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맙시다! History의 어원에 대하여…


 가끔 웹상에서  "History의 어원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접하게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검색해 본 결과(적어도 한국어로 쓰인 글에서는), 크게 두 가지 답변으로 나눠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정통 학술적이고 어원학적인 해석으로 된 답변이고, 다른 하나는 어원학의 분석방법론처럼 풀어내긴 했지만(방법론의 시도자체는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적용이 잘못 되어있는) 다분히 종교적이고 전도성이 강한 답변입니다.

 이 두 답변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글의 전개상 후자에 대해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다분히 종교적인 답변의 요지는  "His(그의)+story(이야기) 라는 등식을 들면서, [그의 이야기]라는 합성어가 곧 [역사(History)]의 유래다"라는 것입니다. 이 답변은 주로 기독교(그리스도교)와 연관이 깊으며, 여기서 "그의"라고 해석되는 "His"의 주체는 곧 "예수" 혹은 기독교에서 믿는 "신(하나님)"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뒤의 "stroy"는 말 그대로 "이야기"로 해석을 합니다. 앞 뒤 해석을 합치게 되면 Hisstory이고 여기에서 중복된 s가 탈락하여 History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역사(=History)는 곧 그의 이야기-예수 혹은 신의 이야기라는 부연설명이 뒤따릅니다.

 이에 반해 정통 학술적 대답은 이렇습니다.

 영어의 History는 고대 그리스어의 ἱστορία(Historia)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Historia"는 원래 라틴어로서, 고대 그리스어 ἱστορία를 라틴어 음가로 옮겨 적은 것이고, 이 라틴어 Historia가 우리가 알고 있는 영단어 History의 직접적인 어원이라는 것입니다. 즉, 영단어 History의 전단계는 라틴어의 Historia이고, 이 전단계는 고대 그리스어 "ἱστορία"라는 설명입니다.[각주:1]
 이  ἱστορία(Historia)는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리스인 헤로도토스가 페르시아 전쟁에 관해 저술한 책의 이름이기도 합니다.[각주:2] 그리고 ἱστορία는 일반적으로 지식의 탐구·조사·탐문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Historia Animalium》에서 Historia를 "조사와 탐문(탐구)을 통해서 얻은 지식(Knowledge obtained by inquiry)"이라는 구체적인 뜻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ἱστορία(historia)는 "현명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ἵστωρ(histor)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두 개의 답변이 전혀 다릅니다. 이 중 어떤 것이 진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Historia를 어원학적인 근거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History를 "그의 이야기"로 해석하여 운운하는 설명은 100% 잘못된 설명입니다. 이 설명은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고, 이 설명을 믿는 신도들에게는 매우 감명 깊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어원학의 분석법을 견강부회하여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그럴싸한 해석을 붙여 만든 완벽한 거짓입니다.
 나름대로의 분석법을 써서 his와 story를 떼어놓고 두개의 형태소로 풀이하여 어원을 유추하였지만, 이는 잘못된 적용입니다. 앞서 어원학적으로 따져보면 History라는 단어는 절대 나눠지지 않는 하나의 단어에서 형태가 변형되어 나왔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income", "input"과 같은 영단어에서의 접두사 "in-"이나 "submarine", "subway"란 영단어의 "sub-"와 같은 것들은 어떤 특정 형태소로서 어원적 풀이가 가능하지만, "his"라는 접두사적인 형태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영어의 He(그) 혹은 His(그의)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의 단어는 His의 모습과 전혀 다릅니다. 일례로 그리스어로 His는 του (of) αυτου입니다.[각주:3]

 
 다음은 외국 인터넷 사전에 실려있는 영단어 history의 어원설명입니다.

Etymology: History /His"to*ry/, noun; plural Histories. [Latin historia, Greek 'istori`a history, information, inquiry, from 'istwr, "istwr, knowing, learned, from the root of ? to know; akin to English wit. See Wit, and compare to Story.].

The term "history" comes from the Greek historia, "an account of one's inquiries," and shares that etymology with the English word story. 
출처: http://www.websters-online-dictionary.org/definition/history

 대략 앞서 언급한 설명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라틴어로 Historia이고, 그리스어로 istoria(ἱστορία) 곧 역사, 정보, 조사·연구·탐구·문의를 뜻하며 istwr(ἵστωρ)로부터 파생되어 나왔다. …. 또한 영단어 story와도 그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고 써있습니다.

 위키백과사전에는 history, historia, story에 대한 어원이 보다 명료하게 나와 있습니다.

History English
Etymology: From Latin historia < Ancient Greek ἱστορία (historia), “‘learning through research, narration of what is learned’”) < ἱστορέω (historeō), “‘to learn through research, to inquire’”) < ἵστωρ (histōr), “‘the one who knows, the expert, the judge’”), from *ϝίδτωρ, from Indo-European *wid- (“‘know, knowledge’”).
출처: http://en.wiktionary.org/wiki/history#Etymology

Historia Latin
Etymology: From Ancient Greek ἱστορία (historia) "learning through research, narration of what is learned" < ἱστορέω (historeō) "to learn through research, to inquire" < ἵστωρ (histōr) "the one who knows, the expert, the judge".
출처: http://en.wiktionary.org/wiki/historia#Etymology

Story English
Etymology: From Anglo-Norman estorie, from Latin historia, from Ancient Greek ἱστορία (historia), “‘history’”). Compare history and storey (“‘floor of a building’”).
출처: http://en.wiktionary.org/wiki/story#Etymology

 이를 정리하자면 고대그리스어  ἵστωρ(histor)에서 ἱστορία라는 고대그리스어가 파생되어 나왔으며 그 뜻은 탐구, 탐문,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이 고대그리스어가 라틴어로 차용되어 다시 historia가 되었습니다. 이 라틴어가 또다시 영어로 전해져 지금의 History가 된 것입니다.
 History와 유사한 모양을 가진 영단어 Story 역시 History와 그 어원이 같습니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엥글로 노르만어라고 하는 1066년 이후 영국에서 쓰였던 프랑스 북부 방언을 거쳐서 현재의 영어에 차용되었다는 점입니다.[각주:4]

 만약 History를 종교적으로 분석·사용하게 된다면, 어원학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역사학 쪽의 입장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역사학에서는 역사의 단계를 신화단계-사화단계-역사단계로 구분합니다.[각주:5] 그러나 만약 역사인 History가 그(신 神)의 이야기라고 풀이한다면, 시간적으로 지금 현재를 포함한 과거의 모든 일들은 역사가 아니게 됩니다. 즉, 표면상으로 역사의 단계지만 역사라는 단어 자체가 신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내포함으로써 신화단계에 머물러 있는 모순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의 단계(신화-사화-역사)를 엄격하게 구분한 사람이 바로 Historia(역사)의 저자 헤로도토스입니다. Historia(역사) 제1권 맨 첫 부분에도 밝혔듯이, 헤로도토스는 Historia(역사)를 지을 당시 오직 인간계의 이야기를 서술한다고 그 집필 목적 밝혔습니다.[각주:6][각주:7] 여기서 "인간계"라는 이 단어는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인간계의 이야기가 모아진 것이 헤로도토스의 Historia(역사)이기 때문입니다.[각주:8]

 그리고 History를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종교적으로 설명한다면, 윤리적인 정직을 강조하는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됩니다. 실제로 제가 이 글을 작성한 직접적인 계기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는 목사님이 이러한 이야기를 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판없이(오히려 감탄을 하며!) 이 이야기를 믿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전도용 멘트로 사용하기 위해, 과도하게 진실을 왜곡하는 비근한 예가 또 있습니다. "왜 기독교의 상징이 십자가가 되었는가?"란 물음에 대한 어느 교회 신도의 답변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신도는 "십자가의 세로막대는 인간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수직적 관계를 나타내고 가로막대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만민평등주의를 나타내기 때문에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으로 차용되었다"고 대답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 쓰는 속담이 "꿈보다 해몽이 좋다"일 것입니다.
 사실 십자가가 기독교의 상징으로 채용된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바로 십자가에 못 박혀 예수가 죽었기 때문입니다.[각주:9] 만약 예수가 단두대에서 죽었다면 지금 기독교의 상징은 기요틴(=단두대)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를 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History는 복수로 Histories라고 합니다.
 이를 해석한다면 신들의 이야기들인가요?
 아니면 신의 이야기들인가요?

 저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길 바랍니다.

 +사족 1
 참고로 우리가 쓰는 역사(歷史)라는 단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리고 독일어로 역사를 뜻하는 단어인 "Geschichte"는 "geschechen(어떤 일이 일어났다)"에서 파생된 명사로, "일어나고 있는 일", "일어난 사실(일) Geschene", "일어난 일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뜻합니다.

+사족 2
 History의 His가 남성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여, 어떤 사람들[각주:10]은 Herstory를 같이 사용하자고 주창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Her story)도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위 본문을 읽어보셨다면 History를 남성적인 단어로 인식하여 Herstory라는 단어를 만들자는 주장도 또다른 "역사(History)" 왜곡이라는 것을 아시겠지요.

+사족 3
 개인적으로 기독교 자체에 대한 반감때문에 글을 쓴 것이 아님을 글의 말미에서야 밝힙니다. 저는 기독교든, 불교든, 힌두교든 모든 종교의 고등한 평등·박애·자유·사랑과 같이 보다 인간의 근원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돋아주는 사상에 깊은 경외와 찬사를 보냅니다. 또한 종교는 아직까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 많기에, 그 유용함을 높게 삽니다.
 다만 쓸데없는 배격주의와 논리적인 결함, 자가모순 및 맹신 등에 관해서는 현시점에 일단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종교에서 목숨 걸고 지키려하는 면이(불교용어로 말하자면 율적인 면), 그 종교 자체의 근원적인 교리인 면(불교용어로 법적인 면)을 갉아먹고 있는 현실. 이와같이 현종교가 처한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실의 문제에 처해진 종교는 비단 기독교만이 아닙니다.[각주:11]
 사족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차후에는 보다 다양하고 깊은 주제에 대해서 또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1. 족보를 따지자면 라틴어 Historia는 영어 History의 아버지, 고대 그리스어 ἱστορία는 영어 History의 할아버지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한국에서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있습니다. [본문으로]
  3. 예노님 지적으로 수정. 2012.3.6. [본문으로]
  4. 차용어 - 국어로 완전히 동화된 외국어. 외래어. [본문으로]
  5. 신화는 그 주인공이 신이며 인간은 신들의 사건을 통해서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사화와 역사는 그 주인공이 인간이며, 사화는 인간에 의한 역사적 사실(Fact)에 신화적인 허구(Fiction)이 가미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역사는 신과 같은 초자연현상을 배제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록을 말합니다. [본문으로]
  6. 헤로도토스/박광순 옮김, 「역사」제1권 전설 시대의 동서 항쟁, 범우사, 2003, p.23 이 책은 할리카르나소스 출신의 헤로도토스가, 인간계의 사건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잊혀져 가고 그리스인과 이방인이 이룬 놀라운 위업들――특히 양자가 어떠한 원인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사정――을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스스로 연구·조사한 바를 서술한 것이다. [본문으로]
  7.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다보면, 헤로도토스가 책을 쓰면서 의식적으로 신들의 이야기에 대한 서술을 꺼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8. 헤로도토스/박광순 옮김, 「역사」역자 서문, 범우사, 2003, p.10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 동과 서――아시아와 유럽이 어떤 원인에서 전쟁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내용에 중점을 두고 그리스인이든 비그리스인이든 인간이 이루어 낸 위대한 업적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집필의 주요 목적입을 밝힌다. [본문으로]
  9. 당시 로마 제국에서 행해진 십자가 형벌은 매우 광범위하게 행해졌던 형벌 방법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본문으로]
  10. 페미니스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페미니스트건 일반 사람들이건, 이 글에의 "어떤 사람들"이란 전체 사람들 중 Herstory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본문으로]
  11. 불교용어로 말했다고 하여 제가 불교도 인것은 아닙니다. 불교 역시 매우 많은 논리적 모순을 가졌습니다. ex)성불한 부처가 다시 온다는 것이 미륵불 신앙이다. 그러나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탈하신 부처가 다시 가까운 미래에 온다는 것은 매우 큰 논리적 맹점이다. [본문으로]